40돌 앞둔 이천 도자기 축제, '예산 낭비·전시 행정' 논란에 빛바랜 명성유사 지자체보다 높은 예산 비율에도 ‘체감 효과’ 미미… 수치 부풀리기 의혹까지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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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천 도자기 축제 포스터. 사진=이천시 제공 © |
[시사일보=주철주 기자] 대한민국 도자 문화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해 온 ‘이천 도자기 축제’가 40주년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심격한 ‘성장통’을 앓고 있다.
화려한 수식어와 외형적 규모 확대와는 대조적으로, 내부에서는 예산 운용의 투명성 결여, 비효율적인 행사장 운영, 현장 도예인들의 소외감 등 고질적인 과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이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밝혀진 지표들은 축제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천시의 전체 예산 대비 행사·축제 경비 편성 비율은 0.82%로 나타났다. 이는 유사한 규모의 지자체 평균인 0.69%나 경기도 내 다른 시·군 평균인 0.70%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2025년 기준 관련 예산만 약 88억 원에 달하지만, 정작 시민들이 체감하는 문화적 질이나 지역 경제 유발 효과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시가 직접 집행하지 않고 문화재단에 출연금을 준 뒤 이를 다시 축제추진위원회에 재교부하는 구조는 지방보조금 관리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매년 수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집행되지 못하고 ‘잔액’으로 남는 불용 처리 관행은 시의 예산 계획이 얼마나 치밀하지 못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천시가 대대적으로 홍보해 온 ‘방문객 수’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시는 지난해 축제 기간 12일 동안 약 114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주차장에 진입한 차량 수에 일정 가중치를 곱해 산출한 단순 추정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인파와 공식 발표 수치 사이에 괴리가 크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치를 내세우는 것은 전형적인 성과 중심의 전시 행정이며 축제의 공신력을 스스로 깎아먹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확한 데이터 분석 없이 ‘방문객 부풀리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축제의 정확한 경제적 효과 분석조차 불투명해지는 실정이다.
축제의 핵심 공간인 예스파크(Yes Park)의 구조적 한계는 도예인들의 생존권 문제와 직결되고 있다. 약 12만 평에 달하는 방대한 부지는 얼핏 보기에는 쾌적해 보이지만, 방문객들에게는 ‘고난의 행군’에 가까운 이동 동선을 강요한다. 넓게 분산된 공방 위주의 행사장 구성은 관람객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이는 곧 도자기 판매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장의 한 도예가는 “과거 대형 돔 텐트 안에서 집약적으로 판매가 이뤄졌을 때보다 매출이 현저히 줄었다”며, “지금의 축제는 도자기가 주인공이 아니라 먹거리 야시장이나 5일장처럼 변질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도예인들의 실질적인 요구사항인 ‘집중 판매존 설치’ 등은 시의 정책 방향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번번이 묵살되면서, 관(官) 주도 기획에 대한 현장의 불만은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축제가 끝난 뒤 예스파크 일대가 겪는 ‘공동화 현상’도 고질적인 문제다. 일 년 중 단 며칠간의 행사만을 위해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는 구조는 지역 경제 활성화의 정답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축제 기간 외에도 관광객을 지속적으로 유인할 수 있는 상설 체험 콘텐츠와 교통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천시는 오는 4월 24일 개막하는 제40회 축제에서 QR코드 기반 스마트 지도와 푸드존 정비 등 편의시설 확충을 약속했다.
하지만 단순한 편의성 개선을 넘어선 근본적인 운영 체계의 개혁과 도예인들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이 선행되지 않는 한, 40주년을 맞는 올해 축제 역시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